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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52] 수료를 향해 달려가는 기술학교 생활

by G-Kyu 2022.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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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6일 금요일 날씨 : 맑음

다음 주 월요일이면, 자대로 배치받는다

그런데, CP 근무를 서야 했다

순서대로 서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하기 싫은 근무 중 하나다

 

군화 독이 걸리면 CP 근무 면제라고 했는데,

오른쪽 다리 부근에 모기 물린 것처럼

울긋불긋 솟아있는 게 보였다

 

금방 없어지겠지 했지만, 그게 군화 독이었다

병명으로는 봉와직염이라고 했다

 

안 씻어서 걸린다고 하는데, 그렇게도 걸리겠지만

피부가 약하면 걸릴 수밖에 없는 병이다

닿으면 아프고 쓰라린 피부병이다

 

그대로 두면, 문제가 되니 조교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군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배려해 준다

 

신발은 군화에서 체련화 (운동화)를 신을 수 있게 해 주고,

수진 요청을 하면, 기지 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을 수 있다

 

학과 수업이 있을 때, 수진을 가면 수업 내용을 못 들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건강이 먼저이니, 수진은 가야 한다)

 

이제 다음 주면 자대 가는 마당에 수업도 끝나고,

시험도 없으니 아픈 몸을 버틸 필요는 없다

 

부담 없는 학과 시간

오전 8시 11분, 학과장으로 이동하는데

일반병 2소대 정도가 사복을 입은 채 더플백을 메고,

큰 걸음을 치며, 정예 신병을 외치며 걷고 있었다

 

보자마자 불쌍한 놈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한편으로는 나보다 제대가 늦는 군인이 있다니,

위안이 되었다

 

야외 학과장 811 강의실 (전력 야외 실습실)에는

숨겨둔 T/O 족보가 있었다

 

594기 ~ 604기까지 T/O를 적어둔 쪽지를 넣어 둔 것이다

그 이야기는 594기부터 지금까지 누구도 버리지 않고,

기록해 왔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기록되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기수는

그때의 T/O를 기록해서 다시 그 자리에 두었다

 

위치는 칠판을 정면으로 봤을 때,

오른쪽에서 두 번째 책상 서랍에 있었다

 

이미 지나간 로또 번호를 기록한 것처럼,

의미 없는 것이지만 궁금한 교육생들에겐

왠지 보고 싶은 정보였다

 

아마 자대 T/O가 발표되기 전,

이전에는 어땠는지 궁금할 때, 보는 정보였다

 

빽들의 전쟁

군대 오면, 가장 신기한 것은 직업 군인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인맥이라면 인맥인데, 부사관부터 장군급까지

어떻게 다들 알고 살았는지, 그렇게 인맥을 통해

원하는 자대를 갈 수 있는 교육생들에겐

빽이 있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하면 안 되는 말이긴 하지만,

빽이 있다면 쓰라고 이야기하는 조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면, 같은 군생활을 해도 

험하게 생활해서 몸 다치고, 위험한 곳보다는

2년 4개월간 시설, 환경 좋은 곳에서

험난함 없이 전역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빽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치트키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 동기들에게 빽이 있다고 알리고

자랑하고, 티를 낸다면 곱게 볼 동기는 없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축하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맞지 않으면 다행이므로,

만약 빽이 있다면, 조용히 있는 게 서로에게 좋다

 

오전 학과는 시간 보내기

학과 공부에 대한 부담도 없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였고, 지금 이걸 알아도 자대 가면

그 상황에 맞게 다시 배워야 한다

 

오늘 오전 학과는 활주로 등 교체 실습이다

만약, 비행단을 가지 못하면 활주로 등 교체는커녕

활주로도 못 보고 군 생활하다 전역한다

 

봄 햇살은 따사로운데 몸이 성한 곳이 없다

감기 기운을 달고 살며, 군화 독이 있으니 말이다

 

오후에 수진을 가다

가 봤자 의무 근무자들이 대충 진료한다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무실을 벗어나고,

아주 안 가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수진을 갔다

 

수진을 와서, 진찰을 하다 보니

이전에 진료 카드 기록이 보였다

2월과 3월 3일에 수진 온 기록이 있었다

 

군화 독이라고 하며, 연고 하나 줬고 

감기라고 하니 마이신 약 1개 들어있는 

이틀 치 약을 지어 주었다

 

이렇게 수진이 끝나나 했는데, 

피부과 담당인 소령 군의관이 와서

한번 더 보면서, 항생제 일주일치를 더 주었다

 

우리는 교육생 신분이라 아직 해당 사항은 아닌데,

오늘은 기지 방호 연습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오후 내내 교관들과 기간 장병들이 훈련했는데

의무대대도 MOPP 4단계여서 수진이 끝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무전으로 해제되었다는 연락이 오니

복도에서 다시 나갈 수 있었다

 

자대에 가면

이제 오늘부로 수양록은 쓰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점수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는 뜻 같았다

 

이제 며칠 뒤면 이곳이 아닌 자대를 가게 되는데,

아직도 군인인 게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동안 받은 편지들을 보고

현재 모습을 보면 군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군인 하면, 나라를 위해 충성하고 뭔가 정신이

민간인과 다를 것 같았는데, 조금 과장하면

수련회 온 것 같기도 하다

 

동기끼리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같이 먹고 자고 하는 사람 중,

상하 관계가 있던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자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교관 혹은 조교가 이야기해 주거나 

이미 군대 간 친구들이 있는 동기들의 정보를 합하여

자대란 어떤 곳인가 이야기하는 시간이

내무실 내에서 있었다

 

기훈단에서 배운 것은 자대 가면 쓸데없다고 하고,

기술학교에서 배운 것은 조금 쓸모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기훈단에서 배운 것은 공군 본부에서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ORI라는 훈련에서 사용하게 된다

태권도 태극 1장이라던지 방독면 쓰는 법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검사하는 훈련 때 필요하다

 

기술학교는 크게 보면 어느 자대를 가건

전기를 다뤄야 할 테니, 쓸모 있는 일이긴 하다

 

다만, 이렇게 체계적인 이론이 아닌 자대에 맞는

기술과 지식이 필요할 뿐이다

 

병으로써 근무하기 때문에 저항이 어떻고

그에 따른 케이블은 무엇을 써야 하며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전기반의 경우,

이미 수치화시켜 놓은 자재들을 사용하여,

스위치를 설치하고, 수리하고 그런 걸 잘하면 된다

 

발전반은 발전기의 오일을 갈고,

체크하고, 가동하는 걸 하면 된다

 

자대에 가면 걸래 짜는 방법부터

다시 배우는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으로썬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있지만

피부에 와닿진 않았다

 

나중에 자대 가니 걸래 짜는 법보다

걸래를 어떻게 접어서 침상을 닦아야 하는지

그건 배운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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