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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15] 훈련소 4주차 - 각개 전투

by G-Kyu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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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아침이지만, 그래도 지나야 한다


2004년 2월 16일 월요일 날씨 : 맑음


군대의 하루하루는 알차게 보낸다

하루는 잘 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시간이 안 가는 느낌


하루를 알차게 보냈지만, 아직도 화요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훈련소

아마, 자대에 와서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아침이 안 오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아침이 와야 제대 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지는 것 아닌가?


아직 까마득한 군생활이 남아 있지만, 하루 하루 지나가야 제대가 오니 말이다

월요일부터 완전 군장으로 신나는 아침이 시작 되었다


각개 전투를 위한 집합을 했는데, 2월이라고 하지만 봄 날씨 같았다

겨울이 이 정도라면, 여름은 지옥 비슷한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입대 전, 실미도라는 영화가 개봉 했었으니

마치 실미도의 부대원들처럼 인간 병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한다


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

쌀쌀하지만 따뜻한 느낌으로 캠퍼스 정문을 거닐던 때가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군대이니, 캠퍼스는 커녕 빡빡이들과 함께

각개 전투, 행군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환상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각개 전투


총검술 또한 전투 시, 생명을 지키고 적을 죽이기 위한 훈련이다

막상 전쟁이 나고, 나와 같은 총과 칼을 든 적을 마주하면 배운 동작이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배워보면 알겠지만, 보여 주기엔 멋진 동작들이지만

실전에서 그렇게 하다가는 죽을 확률이 더 높아 보였다


그래도 배워 놓는 것이 안 배워 놓는 것 보다는 낫겠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제 정신으로 적을 죽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당시 생각할 때, 총검술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훈련이라면,

각개 전투는 생명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 훈련 같았다


오후 학과부터는 각개 전투를 실제로 체험 하기 위해 유격장으로 출발했다

다행인 것은 완전 군장이 아니라 단독 군장이었다


유격장은 산 중턱에 있는데, 맨 몸으로 가도 힘든 곳이었다

그래도 단독 군장이니 조금은 가벼운 짐으로 출발했다


다른 중대는 사격이 한창이었다

우리 중대는 유격장으로 행군을 했고, 각개 전투장에 도착했다



훈련의 땀 한방울은 전쟁 시 피 한방울


훈련 때 흘린 땀은 전쟁이 나면, 그만큼의 피를 덜 흘리게 한다는 뜻이다

이게 어디 적혀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각개 전투를 생각하면, 이 문구가 기억나는 걸 보면

훈련장 어딘가에 써 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각개 전투는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는 장면을 축소 했다

철조망 밑으로 기어가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모습


FPS 게임을 많이 해 봤다면, 총을 들고 그대로 직진하면 

총에 맞아죽기 십상이다


실제 전투에서도 총을 들고 어떻게 돌격하는지 방법을 알려 준다

약진 앞으로 , 굴진 앞으로 등등


기억나는 건 굴진 앞으로 하면 총을 들고 좌우로 뛰며 전진하는 모습이다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캐릭터를 그렇게 움직였다면,


실제 전투에선 총을 들고 본인이 그렇게 뛰어가야 한다

포탄이 날아오는 전쟁터에서 돌격하라고 한다고 해서

제대로 돌격이야 할 수 있을까


2월달 햇살은 따뜻했지만, 땅은 거칠었다

군대니까 흙 바닥에서 구르고, 기어가고 그랬다


전시 상황이 아니어서 그렇지 전쟁나면, 끝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복을 입고 훈련을 했었는데, 땀이 날 정도였다


가만히 있으면 춥고,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차갑고,

내복을 안 입자니 춥고, 입고 훈련하면 덥고, 쉴 때 땀 식어 춥고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렵다면 일단 껴 입는게 상책이다

사회에서는 내복은 쳐다도 안 봤던 것이고,


심지어 보급 받을 때도 과연 입을 일이 있을까 생각 했는데,

내복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훈련병 중에 내복을 안 입고 지내는 훈련병도 있다

개인차가 있진 하지만, 뭔가를 주는 건 입고 먹는게 훈련소에서 제일이다


아끼다 똥되는 것이고, 안 쓰고 안 먹는다고 칭찬 받고,

본인에게 도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람찬 하루


4주차의 시작은 체육 시간 같은 날 이었다

땅에서 구르고 기어가느라 옷 더러워지고 몇군데 까진 것 빼고는

이 정도면 수월하게 하루를 보낸 셈이다


지난 날을 돌아보면, 이 날이 군생활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각개 전투였다

입대한지 4주때 접어들고, 빡빡 깎았던 머리도 조금씩 자라나고


처음에는 스님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 이제는 슬램덩크의 강백호 머리 정도 되었다

4주차는 그 동안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훈련들이 즐비한 주간이다


물론 그만큼 재미있는 훈련도 있고, 다시는 하기 싫은 훈련도 있다

화생방이 다시는 하기 싫은 훈련이다


정식 명칭은 화생방 숙달 훈련인데, 이건 숙달 되는게 아니다

팁이라면, 각개 전투 때 옷이 두꺼우면 팔꿈치나 무릎이 덜 까진다

대신, 몸이 둔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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